어쨋든 막은 오른다.

빨리 왔으면 하면서도 오지 않았으면 하던 시간들을 흘려보냈다. 그 시간들은 내가 무언가를 하든 하지 않든 나를 관통해간다. 이런 느낌들이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항상 새롭게 다가오곤 한다. 특히 올해는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.

기능대회라는 무대에 나는 고등학교 때 부터 지금까지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. 그러는 동안 나는 학생에서 강사로, 강사에서 지도교사가 되었다.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만 있던 내가, 이제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. 내 인생에 새로운 무대가 만들어졌다.

학생들을 가르치는게 좋았다. 가르치는 것 자체가 보람 있었고,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. 학생이라는 도화지에 나의 작은 흔적을 그려넣는 것이 즐거웠다. 누군가에게 내가 조금은 특별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. 내가 열심히 할 수록, 그런 내 모습을 반영해주는 학생들이 좋았다. 하지만, 그러한 일들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.

나는 그들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? 항상 학생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라고 말은 하지만 스스로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. 정말로 안일하게 생각했다. 늪에 빠진 사람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스스로가 그 사람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. 나는 그런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.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다. 도움이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니까.

성과의 여부를 떠나서 무언가 많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. 나는 이제서야 단지 나의 보람 때문에, 뿌듯함 때문에, 우쭐거림 때문에, 자기 만족을 위해서, 안일한 생각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.

어쨋든 막은 내려갔고, 돌이킬 수 없다. 또 다시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막은 오를 것이다. 막을 올리기까지의 과정도, 막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도 내 생각대로 되진 않겠지. 모든 게 계획하고 기대 했던 것 처럼 이루어 지진 않더라도 나는 그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. 완벽할 순 없겠지만, 어떻게 하든 후회는 남겠지만, 다음에는 정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했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게, 그렇게 책임을 다해볼 생각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