회의감

어느 덧 여름도 저물어가고 있다. 무척 더워서 무척 힘들었던 여름이었다. 요즘 나의 한계와 자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. 그리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곤 한다.

개발에 대해 공부한다. 학생들을 가르친다. 연구를 한다. 학과 공부를 한다. 시작하기 전엔 충분히 잘 해낼거라고 생각했지만 무엇하나 쉬운 게 없다. 갈수록 책임은 쌓여가고, 책임이 쌓일수록 지쳐가고 있는 것 같다. 거기에 더위까지 겹치니 짜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고.. 이게 뭘 하는건가 싶다.

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,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.. 요즘 왜 이러고 살아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.

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큰 재능은 아니다. 누구나 시간만 투자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랄까? 그냥 단지 남들보다 조금 빨리 시작했다고 재능이 있었나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. 세상엔 잘 하는 사람이 넘쳐나고 내가 공부하는 속도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발전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.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더욱 더 아둥바둥 하게 된다.

속으로 되뇌인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치있는 사람이다 라고. 나를 믿는 것과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. 회의가 든다. 점점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것 같다. 점점 확신을 잃어가는 것 같다.

그냥 한 달 정도만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. 그런 사치를 부리기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될 일이 첨 많다는 것이 문제...

언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.

이런 생각을 하다가도, 그래 할 일은 해야지 하며 다시 무언가에 파묻히고 또 뒤돌아보면 내가 이런것도 했었구나 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끼겠지 싶다.

 

그냥 날씨가 조금만 더 시원해졌으면.. 여름은 무척 싫다.